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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첫 공개변론 열리다
4월 23일 뉴스를 뜨겁게 달군 환경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기후소송'이라고 불리는 사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는 것이었는데요. 기후소송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해외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까지. 쓰줍게가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해드립니다.
1. '기후소송', 그게 뭐야?
우선 '기후소송'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기후소송이란 기후문제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구하거나, 기후문제에 의해 예상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소송을 포괄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보시듯 기후소송은 굉장히 넓은 개념입니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역시 기후소송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기후소송은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2020헌마389 헌법소원 사건입니다. 이러한 재판을 헌법재판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은 최고규범으로서의 헌법을 보호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고유한 기능을 가집니다. 기후소송에 있어 헌법재판이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헌법소원심판에 해당됩니다. 헌법소원심판은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된 자가 그 공권력의 위헌여부의 심사를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핵심은 '공권력', 그리고 '기본권 침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이번 사건, 정확히 무엇이 문제된 거야?
이번 사건에서 문제되는 '공권력'은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및 그 시행령 등이었습니다. 여러 사건이 병합되어 진행되었기에 대상이 된 법령도 여러 개였는데요. 핵심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과 그 시행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청구인 측은 위의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 규정들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본권 보호 의무란 기본권에 의해 보호받을 법익을 국가나 사인 등에 의해 위법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말합니다. 헌법 제10조 후문도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권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청구인 측의 주장은 국가가 국민의 법익보호를 위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문제가 된 기본권인 '환경권'은 헌법 제35조에 근거하고 있는 기본권입니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죠. 환경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환경권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서 양호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이고, 생명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토대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확보를 목표로 하는 권리"라고 하며 "환경권은 그 자체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합니다(2006헌마711).
3.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어?
이러한 기후소송, 해외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2022년까지 51개 국가에서 2340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2019년 대법원에서 기후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처와 관련하여 환경단체에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이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량을 축소시킨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네덜란드 법원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생명권, 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불충분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독일에서는 2020년 독일 정부의 탄소 정책 목표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일 정부는 탄소 정책에 관한 목표를 수립하며 2030년 이후에 대하여는 별다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미래 세대에 일방적으로 이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이번 기후소송은, 기후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에 관련하여서는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제기된 소송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법리적 검토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래 세대를 고려하여 헌법재판소의 발전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소송을 준비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긴 모든 분들께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의 기후소송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 참고문헌:
- 김광재, "기본강의 헌법"(제19판), 도서출판 윌비스, 2023.
- 이준일, "헌법학강의"(제9판), 홍문사, 2015.
- 임현희, "기후위기와 헌법소송 ― 외국의 주요 기후소송사례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 '환경법연구' 45권 3호, 한국환경법학회, 2023.
- 이병주·김민경,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내용과 의의", 리걸타임즈, 2021년 7월 7일.
- 박기용,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한국, 온실가스 감축 책임 방기”", 한겨레, 2024년 4월 23일.
- 박수연, ""정부가 기본권 침해"… 헌재, '기후 소송' 첫 공개 변론", 법률신문, 2024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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