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는 0을 뜻하는 제로(zero)와, 쓰레기를 뜻하는 웨이스트(waste)를 합친 신조어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0으로 줄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테이크아웃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일회용 비닐 포장 대신 다회용 용기나 가방에 간식을 담는다. 매번 새로 사야 하는 액체류 생활용품 대신, 고체류 용품을 쓰거나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한다. 종종 플로깅을 나가거나 제로웨이스트 숍에 들른다. 이제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핵심은 ‘제로’라는 단어에 있다. 즉, 일상의 쓰레기를 0으로 만들자는 목표, 더 넓게는 깨끗한 지구를 만들자는 목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목표는 분명 중요하다. 목표 없이는 방향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목표가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목표가 중심이 된 라이프스타일은, 자칫 우리를 본질에서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
쓰줍게 채널을 운영하며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가장 많은 질문은 ‘동기’에 대한 것이었다.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 지구가 나아지는 효과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미미한데, 제로웨이스트와 플로깅에 대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의문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내가 길거리의 쓰레기를 몇 번 줍더라도, 텀블러를 오래 쓰더라도, 리필 스테이션을 자주 사용하더라도,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가 주는 목표와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을 것이다. 생활 쓰레기를 조금은 줄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나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목표보다 중요한 본질은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저 개인적인 즐거움 때문이라고. 어떤 거창한 사명감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쓰레기를 작게라도 줄여보는 그 행위 하나하나,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내게는 더욱 중요한 동기이다.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한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감각이, 지구를 위해 약간의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는 감각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목표와 상관없이 과정 자체에서 얻는 보람이 있다. 작은 행위 하나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거창한 의미나 목표를 항상 상기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단지 한 순간의 좋은 기분을 위해서라도, 제로웨이스트는 이미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삶의 과정에서 ‘방향’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에 있다. 기준이 되는 방향성을 가지고, 그 방향을 향해 일상의 과정을 하나하나 경험해 나가는 것이다.
쓰줍게 활동을 하다보니, 우리를 보고는 제로웨이스트에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관심은 보였지만,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제로라는 목표는 어쩐지 너무 멀고 어려워 보여서 다가가기 망설여진다고. 어쩐지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람만 할 수 있어보인다고. 자신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런 의구심에 대해 나는 대답한다. 제로웨이스트를 거창하고 대단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작은 실천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감각이 들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 위로, 작은 실천을 하나하나 쌓아나가자. 라이프스타일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