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개의 게시물이 쌓였습니다. 돌아볼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첫 게시물을 올린 게 바로 얼마 전만 같아요. 어느새 200개나 쌓였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꾸준하게 이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에요.
그간 올렸던 콘텐츠들을 처음부터 다시 봤는데요. 서툰 점도 많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아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평소 고민이 많은 성격이라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걸 주저하곤 했는데요. 쓰줍게를 운영하며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들을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죠.
앞으로도 꾸준함이 지닌 힘을 믿고 여러 실천을 지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꾸준하게 콘텐츠를 올린 데에 무엇이 원동력이 된 것 같나요?
혼자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함께하는 멤버가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자유롭게 활동하되, 최소한의 주기는 지켜가면서 게시물을 올리기로 원칙을 정했었습니다.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니 자연스럽게 책임감도 생겼었죠. 시기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느슨한 강제를 통해서 일정한 업로드 주기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할 때와 달리 대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멤버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보니 계속 소재나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쓰줍게를 시작했을 때와 가장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특정한 생각이 달라졌기 보다는 삶에 새로운 ‘관점’이 하나 추가된 느낌입니다. 환경이라는 시선으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이전까지 저에게 환경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쓰줍게를 운영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쓰레기와 관련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환경 문제가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주제임을 깨달았죠.
결국 삶은 자신의 시야를 끊임없이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쓰줍게는 제 개인적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채널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나요?
쓰줍게의 첫 1년은 멤버들이 로스쿨 3학년이던 시기였습니다. 변호사 시험을 앞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여유도 부족했고요. 잠시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히 공유한다면, 그것이 수험생활과도 병행할 수 있을 정도라면, 누구나 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플로깅 기록 대신, 아주 사소한 실천이나 습관들을 틈틈이 기록해 나갔죠. 결과적으로 쓰줍게의 콘텐츠가 확장되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쓰줍을 하며 가장 많이 본 쓰레기는 무엇이었나요?
역시 담배꽁초입니다. 그나마 예전 기숙사 근처나 현재 사는 곳 근처는 주거지역이라 나은 편이고, 조금이라도 번화가인 곳은 꽁초를 주울 엄두도 낼 수 없어요. 그 다음으로는 테이크아웃 컵, 음식/음료 포장이나 용기입니다. 걸어가면서 먹다가 다 먹고 나면 버리는 쓰레기들이죠. 그 쓰레기들을 보다 보면 다 먹은 후 쓰레기를 손에서 놓는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쓰줍 경험이 있다면요?
로스쿨 3학년 어느 가을 즈음인가 중랑천 길을 따라 산책 겸 쓰줍을 나갔던 때가 떠오르네요. 좁은 골목길이 아닌 넓은 하늘 아래에서 쓰줍하고 얘기 나누고 하다 보니 힘든 일이 전혀 아니라 다른 운동 취미 같다고 느껴지고 상쾌했어요. 역시 넓은 하늘은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쓰줍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꾸준히 쓰줍하는 것과 함께 저희 나름의 지식과 분석으로 주변 문제에 관해 얘기하려는 것도 많이 하려 해요. 예전에 한번 방향성을 잡았을 때 ‘SNS로 읽는 잡지’라는 컨셉을 떠올렸었거든요. 이젠 인쇄매체가 쇠퇴하고 짧은 영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때지만 여전히 자기가 넘겨가며 읽는 컨텐츠의 즐거움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쓰줍게라는 채널을 어떻게 바라보길 원하나요?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생활 속 행동의 모습을 나누는 사람들로 보여지기를 바라요. 우리가 정보성 컨텐츠를 주로 만든다거나, 사람들을 모집하는 단체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취미 활동을 하고 개인 생각을 올리고, 알리고 싶은 것들 소개하고 그렇게 활동하려 합니다. 특별한 계정이 아니라 SNS 취지에 맞게 친구 계정같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200개라는 적지 않은 게시물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지켜봐주신 여러분의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은 더욱 그 관심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보내주시는 응원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