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쓰줍게를 시작한지 정확하게 2년이 되는 날이다. '쓰줍게는 어떤 공간인가요?', '쓰줍게는 왜 만들게 되었나요?', '쓰줍게는 무엇을 하나요?'라는 세 개의 게시물로 출발했던 날. 로스쿨 수험생활의 취미로 시작했던 작은 채널은 2년만에 250여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1,000명이 넘는 팔로워 분들께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셨다. 2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성과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과 자체에 초점을 둔 적은 없었다. 이 정도의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기도 했다. 팔로워가 많이 느는 날에는 '신기하네', 라고 생각했던 정도다. 대신 꾸준한 업로드 자체가 목적이었다. 최소한의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열정도, 관심도 줄어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쓰줍게의 2년은 멤버들 개인의 삶에서도 가장 바쁜 시기였다. 첫 해는 변호사시험을 갓 앞둔 시기였고, 둘째 해는 1년차 변호사이자 사회초년생으로서 적응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지속을 생각하면 늘 떠올리는 말이 있다. "자기 작품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저는 '똥'으로 생각하거든요. 하찮은 의미가 아니라 창작적 배설물의 의미. 앞으로 할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앞으로 할 일은 보석이에요." 가수 윤종신이 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그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증명해왔다. 매월 한 개의 싱글을 발매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무려 13년간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로 발매된 음원은 150여곡에 달한다. 모든 곡이 작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거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종신은 지속 자체에 집중하며 하나씩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똥'이라는 극단적인 예를 사용했지만, 나는 그가 한 이 말을 완벽주의는 곧 지속의 적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정해진 마감일을 지키고,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약속한 시간이 되면 일을 마무리짓는 것.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 항상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결과물만을 내려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다. 완벽한 것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것이다. 꾸준해야만 오래 이어나갈 수 있다.
2025년은 이 지속의 힘을 다시 한 번 믿고 전진해보려 한다. 돌아보면 늘 의지가 충만했던 것은 아니었다. 업로드가 싫증나는 순간도, 레터를 쓰는 것이 귀찮은 순간도, 쓰줍을 나가는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가보려고 한다. 온힘으로 타오르는 횃불보다는 은은하게 잔열을 내는 숯불처럼. 그 모든 과정에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쓰줍레터는 새해에도 계속된다.